튀르키예 중앙은행, 기준금리 8.5%에서 15%로 인상 발표

튀르키예 중앙은행, 물가 상승 압력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했다고 발표

6월 22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5%에서 1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은행은 인플레이션을 5%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 점진적인 통화 긴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 이루어진 것으로,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다른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에 있지만, 튀르키예의 기저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은행은 내수 강세, 비용 압력,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주요 동인이었다고 덧붙였다

하피제 가예 에르칸(Hafize Gaye Erkan)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도 성명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가능한 한 빨리 디스인플레이션 진입을 위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고정하고,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긴축통화 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르칸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개선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 덧붙였다. 또한, 에르칸 총재는 리라화 가치 부양을 위해 시행했던 거시건정성 조치 일부를 단순화했으며, 준비금 사용도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 중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유지

튀르키예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2022년 10월 85.5%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3년 5월 39.6%까지 하락했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6월 39.4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6월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4.84% 증가했으며, 전문가들은 5월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이후 리라화 가치가 23.3%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 밝혔다. 또한, 화폐 가치뿐 아니라 휘발유, 귀금속, 서비스, 자동차, 담배 등 전반적인 물품 가격도 상승하여 인플레이션 증가를 추동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Reuters)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2023년 연간 인플레이션을 최소 38.60%에서 최대 55.30%로 전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베다트 이스칸(Vedat Işıkhan) 튀르키에 노동부 장관은 7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34% 인상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스칸 장관은 최저임금 평가위원회가 근로자-고용주가 임금 인상에 합의했으며, 고용주에 대한 면세 조치도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튀르키예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강력히 통제할 것이라 약속했으며,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동의한 근로자와 고용주 대표 모두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이후 부임한 경제 관료들이 정책 변화를 주도

신임 재무부 장관, 합리적 경제 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발언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 메흐멧 심섹(Mehmet Şimşek)을 튀르키예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심섹 장관은 2009~2018년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비전통적 경제 정책으로 인한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심섹 장관은 임명 직후 첫 발언에서 현재 튀르키예 경제 상황에서는 합리적 기반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수 밖에 없다고 발언했으며, 이후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통적 통화 정책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심섹 장관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섹 장관과 에르칸 총재 임명 이후 경제 관료가 교체되더라도 자신의 저금리 정책에 대한 입장은 고수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 경제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의 신속한 조치를 수용했지만, 금리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향후 심섹 장관과 에르칸 총재에 얼마나 정책적인 자유를 주는지 지켜봐야 하며, 금리 인상으로 촉발되는 단기적 경기 둔화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시 경제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

금리 인상 발표에 앞서 경제 전문가들은 튀르키예의 기준금리가 20% 수준까지 인상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으며, 아직 중앙은행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지막 금리 인상을 단행한 중앙은행 총재가 임기 5개월 만에 해임된 예시를 들며, 신임 경제 관료들이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임명된 심섹 장관은 금리 인상이 경제를 너무 빨리 둔화시켜 부채 위기를 촉발할 것이 우려되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만으로는 장기적인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들은 금리 인상이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튀르키예에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지만, 법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투자자들을 유인할 안정성, 책임성,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정책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경제 관료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법적인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1년 튀르키예 정부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 폭력 퇴치를 위해 합의된 이스탄불 협약을 포기한 것을 예로 들며, 튀르키예에서는 어떤 국제적 합의도 대통령령에 의해 자의적으로 무효화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시장에 보여준 사례라 설명했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관계자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사법 개혁이 중요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