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역사 속 이집트의 역할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손자이자 함의 아들인 '미스라임'은 이집트 민족의 조상으로 여겨집니다. (아랍어 'Misr', 영어 'Egypt' 모두 이집트를 지칭합니다.) 성경 역사 속에서 이집트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아브라함에게는 기근을 피하는 피난처였고, 그의 둘째 아내 하갈의 고향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요셉을 먼저 이집트로 보내시어, 야곱의 70명 자손이 200만 이스라엘 민족으로 성장하는 요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또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내시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능력을 온 세상에 드러내신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이스라엘의 동맹국으로, 때로는 적으로 등장하며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아기 예수님의 가족이 헤롯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했다가 돌아온 사건은 "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내었거늘" (호세아 11:1) 하신 예언의 성취이기도 했습니다.
이사야 19장의 예언 - 심판과 회복
이사야 19장은 이집트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로 시작합니다. 나일 강이 마르고 모든 산업이 무너지는 재앙으로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을 예언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18절부터 25절까지는 놀라운 회복과 반전의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심판 후, 이집트 땅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다섯 성읍이 생겨날 것입니다 (18절).
땅 중앙에는 여호와의 제단이, 국경에는 기념 기둥이 세워질 것입니다 (19절).
이것이 징표가 되어 백성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을 때, 구원자요 보호자를 보내실 것입니다 (20절).
이집트 사람들은 여호와를 알고 제물과 예물을 드리며 경배하고 서원하며 그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21절).
결정적으로, 하나님께서는 이집트를 **"치실지라도 치시고는 고치실 것"**이며, 그들의 간구를 들으시고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22절).
화해의 대로와 세계의 복
이사야는 더 나아가 놀라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그 날에 애굽에서 앗수르로 통하는 대로가 있어..." (23절): 과거 이집트와 앗수르는 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차 대로가 열려 두 민족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게 될 것을 예언합니다. 이는 B.C. 1900년경부터 건설되어 모세 시대에도 존재했던 역사적인 '왕의 대로'를 넘어선, 영적인 화해와 교류의 길을 의미합니다. 이사야는 이 길을 '하나님의 대로'(40:3-5), '거룩한 길'(35:8-10)이라고도 묘사했습니다.
"그 날에 이스라엘이 애굽 및 앗수르와 더불어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니" (24절):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이집트와 앗수르가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의 복'이 된다는 선포입니다. 이는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복의 근원'이 되리라는 약속(창세기 12:2-3)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확장되어, 과거의 적대 관계를 넘어선 온전한 화해와 연합을 통해 성취될 것을 보여주는 예언입니다.
"내 백성 애굽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25절): 하나님께서 이집트를 "내 백성"이라 부르시는 이 말씀은 이 예언의 정점이자, 이집트를 향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사랑과 계획을 보여줍니다.
현대 이집트 교회의 증거와 잠재력
이 놀라운 예언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요?
이집트 기독교의 생명력: AD 42년경,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에 의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복음이 전해진 후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7세기 이슬람의 정복과 오랜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수많은 핍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집트에는 약 1,2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10%, 2021년 기준)의 기독교인이 존재합니다. 이 중 콥틱 정교회 교인이 약 900만 명, 개신교인은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튀르키예와의 비교: 초대교회의 중심지였고 사도들의 활동 무대였던 현대 튀르키예(인구 약 9천만 명)의 개신교인 수가 약 3만 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이집트 기독교의 규모는 놀랍습니다. 이집트 교회 지도자들은 이사야 19장의 성취에 대한 믿음이 오랜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원동력 중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슬람권 선교를 위한 전략적 위치: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아랍연맹 22개국이 각기 다른 방언을 사용하지만 표준 아랍어로는 이집트 아랍어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1980년대 초 Biola 대학교에서 중국인 랴오(Liao) 교수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수업 중에 랴오 교수님은 하나님께서 중국 복음화를 위해 모택동을 사용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를 핍박하고 선교사들을 추방했던 공산주의 지도자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용하실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학생들에게, 교수님은 모택동을 통해 하나님께서 중국에 세 가지 일을 하셨다고 설명했습니다.
첫째, 공산주의 사상 전파를 위해 모든 종교를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중국인들의 마음을 '백지'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수많은 방언이 존재하던 중국의 언어를 만다린(표준 중국어)으로 통일했다는 점입니다.
셋째, 공산당 통치를 위해 중국 전역의 길을 닦았다는 것입니다.
랴오 교수님은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모든 선교사가 추방되고 교회 지도자들이 투옥되었지만, 성령 하나님까지 추방하거나 가둘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백지'가 된 중국인들의 마음에, 통일된 '표준어'를 통해, 잘 닦인 '길'을 따라 복음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공산화 이전 약 84만~100만 명이었던 기독교인이 지난 50여 년간 150배 이상 성장하는 놀라운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이 중국의 사례처럼, 하나님께서 이집트의 아랍어가 아랍권의 표준어 역할을 하도록 하신 데에는 특별한 섭리가 있지 않을까요? 이는 이집트 그리스도인들이 22개 아랍 국가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예비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때의 사명과 기도
오랜 고난 속에서도 이집트 교회와 성도들을 지키신 하나님의 목적은 단순히 그들의 생존을 넘어, 이사야 19장의 예언을 성취하고 아랍어권 복음화를 위한 준비된 일꾼으로 세우시기 위함이라 믿습니다. 이집트의 표준 아랍어는 이슬람권의 영적 대추수를 위한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이자 도구일 수 있습니다.
저희 선교회는 이러한 비전 속에서 흩어지는 아랍어권 무슬림들을 섬기는 9가정의 이집트 선교사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집트 교회의 젊은이들이 아랍 이슬람권을 향한 선교의 비전과 열정을 품고 일어나, 마지막 때 영적 대추수를 위한 하나님의 강력한 군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